아버지와 어머니의 음식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모두 가족의 소중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막국수와 어머니의 쌈밥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 순간들을 다시 기억하고 싶게 만듭니다.
아버지의 음식은 오로지 아버지 음식, 아버지 막국수
아버지는 가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즐기셨습니다. 화가 많고 타박도 많으셨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씀이 많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늘 자신의 생각과 고집이 확고하셨고, 요리를 직접 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라면조차 끓여 드신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두부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오랫동안 직접 두부를 만들어 오셨는데, 힘에 부치시게 된 후로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시골 두부집에서 두부를 사서 드리곤 했습니다.
아버지의 음식을 꼽자면 단연 막국수였습니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 때, 6월의 더위를 피하고자 아버지는 막국수를 추천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연천(경기도) 동네에 막국수 집이 유명하다는 말에 온 가족이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막국수 집에 도착해서 식사를 했지만, 아버지 외에는 모두 몇 젓가락 먹다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정말 맛있게 드셨고, 그 이후로 오랫동안 아버지 막국수로 유명했습니다.
얼마 전, 그 막국수 집을 다시 찾아가 보면 어떨까 하고 누님하고 식사 하다가 이야기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직 막국수 맛을 몰랐기에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막국수 맛을 이해할 수 있을 나이도 되었기 알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아버지가 즐기셨던 막국수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시절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음식은 가족의 음식, 어머니 쌈밥집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가서 고등어를 사던 기억이 납니다. 시장 입구에는 냉동 고등어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고, 한 마리를 사서 묶은 김치와 함께 달라고 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했습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무신 가게와 제가 좋아하던 통닭집도 있었습니다. 그 통닭은 맛있던 기억밖에 없는데, 황색 종이봉투에 담겨 검은색 비닐 손잡이 봉투에 넣어 주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막내아들이었지만, 어머니와 함께라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만드신 대부분의 음식은 가족을 위한 음식이었습니다. 어머니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보다는 가족의 입맛에 맞추어 요리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늘 정성을 다하셨고,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셨습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나누었던 대화와 웃음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는 음식으로 우리를 보살피고, 그 안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 주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와 종종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자주 찾던 곳은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쌈밥집이었습니다. 그곳은 어머니와 제가 함께한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쌈밥에서 나온 게장과 두부, 그리고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을 정말 맛있게 드셨고, 어머니가 음식을 즐기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두 분 모두 계시지 않지만, 두 분의 음식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버지의 막국수는 그분의 고집과 개인적인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어머니의 쌈밥은 당시 함께한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가끔 고향에 가면 누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오곤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음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깊은 그리움과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음식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았고, 두 분의 음식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따뜻한 추억을 느끼고자 합니다.
참고 할 만한 주요 자료
- 우리가 사랑했던 식당, 추억의 맛집: ①인사동 간판없는 김치찌개
- 우리가 사랑했던 식당, 추억의 맛집: ②다시는 맛볼 수 없는 사직분식
- 우리가 사랑했던 식당, 추억의 맛집: ③홍제동 인생만두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