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가장 잘 쓰는 세대가 AI를 가장 불안해하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젊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자료를 찾고, 문서를 정리하고, 초안을 만듭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합니다. 내가 몇 년 동안 배우며 해야 할 일이 AI로 대체된다면, 회사에 들어가도 내 경력이 제대로 쌓일 수 있을까.
이 불안은 단순히 “AI가 무섭다”는 감정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경력 초반자에게 회사는 일을 배우는 장소입니다. 선배의 판단을 옆에서 보고, 실수를 고치고, 작은 일을 반복하며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작은 일부터 AI가 맡기 시작하면, 청년들은 일을 잃는 것보다 먼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청년층의 AI 불안을 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청년의 AI 불안은 일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젊은 세대는 AI를 낯설어하는 세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가장 자주 쓰는 세대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이 소개한 Randstad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5%는 직장에서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AI가 자신의 일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는 응답도 46%로, 조사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이 두 결과는 서로 반대가 아닙니다. AI를 모르는 사람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직접 보는 사람이 더 구체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자료 조사, 회의록 정리, 기초 분석, 보고서 초안, 번역, 고객 응대의 일부까지 AI가 처리합니다. 경력자에게는 반복 업무를 덜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원래 하면서 배웠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청년의 불안은 AI 자체보다, AI가 들어온 뒤에도 자신에게 남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데서 커집니다.
AI는 사람을 한꺼번에 밀어내기보다 신입의 자리를 먼저 줄일 수 있습니다
AI가 모든 직업을 바로 없앤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일과 기업이 실제로 사람을 줄이는 일은 다릅니다. 비용, 책임, 고객 신뢰, 조직 문화, 법과 제도까지 함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나타나는 변화는 청년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KDI의 연구는 국내 기업의 AI 도입이 확대될 경우, 기존 인력을 바로 줄이기보다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실제 분석에서도 여성 15~29세, 남성 30~44세 등 일부 연령대에서 고용과 임금의 부정적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같은 일을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인원을 적게 뽑으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첫 직장에 들어가는 문이 좁아집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가 아닙니다. 신입이 맡던 기초 업무가 줄어들면,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도 약해집니다. 보고서를 정리하며 업무의 흐름을 익히고, 선배가 고친 문서를 보며 판단을 배우고, 작은 프로젝트를 맡으며 책임의 범위를 넓혀가던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AI는 경력자를 바로 대체하기보다, 경력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회사에 다니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회사에 들어가면 적어도 일정 기간은 일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은 다릅니다. 회사에 들어가도 그 안에서 배울 일이 남아 있는지, 몇 년 뒤에도 자신의 자리가 유지될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직이나 퇴직을 AI 하나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낮은 임금, 불분명한 승진, 과도한 업무, 조직 문화, 취업난도 함께 작용합니다. 다만 AI는 이 모든 불안 위에 새로운 질문을 더합니다.
“지금 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경험으로 남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회사는 청년을 붙잡기 어렵습니다. 단순한 반복 업무만 맡기고, AI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된 뒤에는 더 이상 성장 경로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청년은 회사를 오래 다닐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기업도 AI를 도입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신입이 AI를 쓰면서 어떤 일을 배우게 할지, AI의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책임지는 법을 익히게 할지, 경력 초반자에게 어떤 판단과 프로젝트를 맡길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AI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사람과 협업하는 경험은 누군가 배워야 합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도 AI보다 더 빨리 일하는 능력만은 아닙니다. AI가 만든 결과가 자기 일에 맞는지 판단하는 힘, 고객과 조직의 맥락을 읽는 경험,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가 남아야 합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AI와 사람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AI를 쓰면서도 자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리와 경로를 누가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쉽게 “요즘 젊은 세대는 버티지 못한다”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이 먼저 묻는 것은 다른 질문입니다. 이 회사에서 나는 대체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
참고 자료
[1] KDI,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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