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쓰려고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자료는 충분히 모았고, 목차도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그런데 첫 문장을 고치고 표 하나를 바꾸다 보면 시간이 지나갑니다. 마감은 오늘인데, 정작 제출할 파일은 아직 없습니다.
이때 더 오래 붙들고 있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줄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오늘 오후 5시까지,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5쪽 보고서를 보낸다.” 이 문장이 없으면 자료 수집, 문장 수정, 디자인 보완이 모두 같은 중요도로 밀려듭니다. 그러면 가장 눈에 띄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을 미루게 됩니다.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보다 기준에 있습니다
일을 미루는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만 보면 해결책도 단순해집니다. 마음을 다잡고 더 오래 앉아 있으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어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는 정했지만, 어디까지 하면 이번 일이 끝나는지는 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일을 먼저 처리합니다. 표를 다듬고, 문장을 고치고, 자료를 하나 더 찾습니다. 그러나 회의에서 결정해야 할 내용이 빠져 있거나 보고서의 결론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 작업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줄을 먼저 적어야 합니다. “오늘 오후 5시까지,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5쪽 보고서를 보낸다.” 이 문장이 있어야 지금 고칠 일과 다음으로 넘길 일을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완료한 결과물’을 한 줄로 씁니다
일을 시작할 때 대부분은 할 일 목록부터 적습니다. 자료 찾기, 초안 쓰기, 검토하기, 디자인 수정하기처럼 단계가 길어집니다. 하지만 이 목록만으로는 무엇이 끝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먼저 결과물의 이름과 쓰일 장면을 한 문장으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18시까지 고객이 검토할 제안서 초안 10쪽을 보낸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발행할 블로그 글 한 편을 완성한다.
내일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 3개가 담긴 기획안을 만든다.
이 문장은 해야 할 일을 줄이는 문장이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판단을 위해 쓰이는지 정하는 문장입니다. 결과물이 정해지면 자료를 더 찾을지, 문장을 고칠지, 일단 보내고 피드백을 받을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번에 넣을 것과 넘길 것을 함께 정합니다
끝내지 못하는 일에는 대개 ‘이번에 하지 않을 일’이 없습니다. 보고서라면 글꼴과 표 디자인까지 다 고치려 하고, 글이라면 연관 자료를 더 찾다가 발행을 미룹니다. 중요한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 한 파일 안에서 섞입니다.
그래서 완료 기준을 적을 때는 세 줄이 필요합니다.
| 구분 | 적는 내용 | 제안서 예시 |
|---|---|---|
| 이번 결과물 | 이번에 반드시 전달할 것 | 문제, 제안 방향, 비용, 일정 |
| 검토 기준 | 보내기 전 확인할 것 | 숫자·일정 오류, 핵심 메시지, 결론 |
| 다음으로 넘길 것 | 이번에는 하지 않을 것 | 표지 디자인, 부록 자료, 사례 추가 |
‘다음으로 넘길 것’을 적으면 대충 한다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결과물의 목적과 직접 관계없는 일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 제안서라면, 표지 디자인보다 선택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이 먼저입니다.
2024년에 쓴 책에서 먼저 정리한 기준
2024년에 출간한 《WORK: 오늘부터 실패하지 않게 일하는 법》 1장에는 ‘일을 잘하기보다는 끝내려고 노력하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끝내기는 품질을 포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전체 구조와 핵심 내용을 먼저 완성하고, 세부 수정은 필요한 범위에서 마무리하는 순서입니다.
책에서 다룬 ‘대충, 빨리, 잘’은 이 순서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우선 결과물의 틀을 만들고, 마감 안에 핵심을 채운 뒤, 마지막에 품질을 높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부분을 잘하려 하면 중요한 내용보다 손에 잡히는 세부 작업부터 붙들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원칙의 첫 단계만 다룹니다. 일을 끝내는 기준을 정하는 일입니다. ‘대충, 빨리, 잘’의 구체적인 순서와 적용 방식은 다음 ④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마감은 날짜가 아니라 완료 기준입니다
날짜만 정하면 다시 막막해집니다. “이번 달 안에 책을 쓴다”는 목표는 크지만, 오늘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반면 “이번 주에 독자가 읽을 2,000자 원고를 한 편 쓴다”는 목표는 완료 여부를 확인하게 합니다.
마감은 날짜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낼 결과물이 무엇인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다음으로 넘길 일은 무엇인지까지 정해져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마감 직전에도 세부 수정만 반복하게 됩니다.
마감 전 마지막 점검도 세 가지만 남기면 됩니다. 목적에 맞는지, 핵심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사실과 숫자에 오류가 없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한 뒤에는 보내고, 발행하고, 다음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끝낸 결과물만 다음 일을 바꿉니다
완성도가 낮은 결과물을 서둘러 내자는 말이 아닙니다. 법률 검토나 계약서, 대외 발표처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검토의 범위와 책임자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수정이 길어지면, 끝내는 기준은 다시 사라집니다.
지금 붙들고 있는 일을 한 줄로 적어보면 됩니다. 이번에 어떤 결과물을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그리고 이번에는 무엇을 넘길 것인가. 일을 끝내는 사람은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번에 끝낼 일을 분명히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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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잘하기보다는 끝내려고 노력하라 — 완성도를 높이려는 마음이 일을 멈추게 할 때, 무엇을 먼저 끝낼지 더 짧게 정리한 글입니다.
책 추천
- WORK: 오늘부터 실패하지 않게 일하는 법 — 완료 기준, 일의 우선순위, 작은 단위로 나누는 방법을 더 깊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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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글쓰기 초급+: AI를 잘 쓰는 사람들의 글쓰기 전략 — 글 한 편을 실제 결과물로 마무리하는 글쓰기 흐름을 익히는 강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