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와 야생성: 정돈된 회색 문장 블록에서 파란 선이 책과 식물로 이어지는 대표 이미지
AI 글쓰기·책쓰기

AI 시대 글쓰기, 야생성은 문장을 거칠게 하는 일이 아니다

AI가 쓴 글은 대체로 매끄럽습니다. 문법이 크게 틀리지 않고, 문단도 그럴듯하게 이어집니다. 제목을 붙이고 소제목을 나누고 결론을 정리하는 일도 능숙합니다. 처음 AI로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낄 만합니다.

그런데 몇 번 더 읽어보면 이상한 지점이 보입니다. 문장은 이어지는데 글쓴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경험에서 이 생각이 나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무엇을 버렸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틀린 말은 없는데 오래 남는 문장도 드뭅니다.

최근 읽은 「AI 시대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다」는 이 문제를 ‘야생성’이라는 말로 풀어냅니다. 단점이 없도록 다듬어진 글보다, 단점이 있어도 그 안에서 강한 빛이 나오는 글이 더 오래 기억된다는 이야기입니다. AI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AI보다 문장을 더 매끄럽게 쓰는 법이 아니라, 내 글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고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 글을 계기로 AI가 잘하는 일과 글쓴이가 끝까지 맡아야 할 일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야생성은 오류를 지키는 일이 아닙니다

야생성은 문장을 일부러 거칠게 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실이 틀려도 괜찮다는 뜻도 아닙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함께 원고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피드백(합평)이 작품의 핵심 장면을 꺾어버릴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피드백이 작품 세계의 사실관계나 독자의 이해를 바로잡는 일이라면 피할 수 없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오류가 아니라, 오류를 고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글쓴이의 시선입니다. 문장의 기교보다 먼저 남아야 하는 것은 무엇을 보고, 왜 이 이야기를 쓰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좋은 글의 야생성은 완성도를 포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다듬은 뒤에도 남는 글쓴이의 시선에서 나옵니다.

AI가 잘하는 일과 글쓴이가 맡을 일은 다릅니다

AI는 문장의 매끄러움을 높이는 데 쓰기 좋습니다. 반복되는 표현을 찾고, 문단 순서를 바꾸고, 빠진 설명을 확인하는 일은 AI가 잘합니다. 그러나 글의 중심 판단까지 맡기면 문제가 생깁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다음에 올 법한 말을 예측해 문장을 만듭니다. 이 방식은 평균적인 문장을 만드는 데 유리하지만, 글쓴이가 자기 경험에서만 꺼낼 수 있는 판단까지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AI가 만든 초안은 완성본이라기보다 생각을 다시 꺼내고 고르는 재료에 가깝습니다.

AI 글쓰기 강의와 책쓰기 작업에서 자주 확인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AI에 글의 목적과 독자를 알려주면 문장은 달라집니다. 그러나 어떤 경험을 첫 문단에 놓을지, 어느 문장을 끝까지 남길지, 사실과 감정을 어디까지 드러낼지는 프롬프트(Prompt)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선택은 글쓴이가 해야 합니다.

AI 시대 글쓰기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

AI로 초안을 만들었다면 다음 요청만 반복하기 쉽습니다. “더 자연스럽게 써줘.” 하지만 그다음에는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 이 글에서 내가 직접 겪은 장면은 무엇인가
  • AI가 덧붙인 말 가운데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문장은 무엇인가
  • 문장을 고친 뒤에도 내가 처음 말하려던 판단이 남아 있는가

이 세 질문은 AI의 결과를 버리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편집 기준입니다. AI는 생각을 꺼내고, 초안의 빈틈을 보고, 다른 구조를 시험하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 원고에 남길 문장과 지울 문장은 글쓴이가 골라야 합니다.

AI는 자료를 정리하지만 글의 이유까지 정하지는 못합니다

책을 쓰고 강의를 준비하며 쌓인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기록을 요약하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실패가 내게 오래 남았는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독자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고 싶은지는 자료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인간의 글과 AI의 글을 경쟁시키는 일이 아닙니다. AI가 매끄럽게 만든 문장 위에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장면과 판단을 다시 찾아내는 일입니다. 문장이 조금 덜 반듯해도 그 안에 글쓴 사람이 남아 있다면, 그 글은 쉽게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함께 읽을 글

책 추천

강의 추천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