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대화는 늘 아주 작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단어 몇 개, 짧은 문장, 명확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초기 메모를 구성합니다. 이는 마치 조그마한 박스를 하나 꺼내드는 일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박스가 무엇을 담을 수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AI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이 작은 구조는 점차 확장됩니다.
처음 던진 질문 하나에 AI가 답을 주면, 박스는 한 번 확장됩니다. 이어서 관련된 배경이나 사례, 응용 방안을 묻는 질문이 추가되면, 박스는 그만큼 더 커집니다. 마치 처음보다 두 배로 확장되는 것처럼 정보의 깊이와 넓이가 함께 커지며, 메모는 더 복잡하고 유의미한 구조로 진화합니다. 질문을 반복하고 연결할수록 박스는 계속해서 자라납니다. 결국 그 크기는 처음의 단순한 구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집니다.
이러한 확장의 원리는 인지과학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앤디 클라크(Andy Clark)는 인간의 사고가 외부 도구를 통해 확장된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확장된 마음(The Extended Mind)’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메모, 기호, 기술적 도구와 상호작용하면서 사고의 범위를 넓혀갑니다. 오늘날 AI는 이러한 도구 중 하나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합니다.
작은 박스에서 시작된 메모는 질문이 깊어질수록 더 넓은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AI에게 “이건 뭐야?”라고 묻는 단계에서, “왜 그렇게 되었지?”, “비슷한 예시는?”, “실제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확장될 때, 메모는 더 이상 정적인 단서가 아니라 유기적인 사고의 흐름으로 바뀝니다.
결국 중요한 건 메모의 처음 크기가 아니라, 질문을 통해 얼마만큼의 확장을 이끌어내는가입니다. AI는 고정된 정보 저장소가 아닙니다. 그때그때 던지는 질문의 방향과 깊이에 따라 반응하고, 정보의 경계와 구조를 재구성합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단순했던 박스가 연결된 지식의 지도처럼 확장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보 정리가 아닌, 사고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경험입니다.
AI는 무한한 박스를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통해 그 박스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이며, 바로 그 질문이 메모를 무한으로 확장시키는 열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