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뭔가 고민이 있어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마디 건넸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 말아요.” 그러자 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그러게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렵네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3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러다 보니 쉽게 실망하고 지치게 된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까 봐 두려워진다고 했다. 특히 대표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여유롭게 해요.”라고 말해도, 막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그로 인해 작은 지적에도 쉽게 흔들리며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러한 고민은 많은 사회 초년생이 겪는 공통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대표나 상사의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이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내길 기대하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작은 실수에도 자책하고 ‘나는 부족하다’고 단정 짓기 쉽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경험을 공유 해주었다. 영상 제작을 하다 보면 한 달에도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매번 최고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끝없는 수정 과정에서 지쳐버리기 쉽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객도 만족하고 나도 무리하지 않는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찾았다. 나는 영상의 완성도를 100이라고 가정하고, 처음부터 100을 채우려 하기보다 70~80 정도의 수준에서 1차 작업물을 보냈다. 그러면 남은 20~30%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채워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어 만족도도 높아졌다.
책을 집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독자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만, 반면에 어떤 독자는 혹독한 비판을 하기도 한다. 만약 모든 의견을 다 반영하려 한다면, 결국 지쳐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맞는 독자층을 설정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방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서 비로소 내 글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거나, 완벽을 추구하려 하면 오히려 스스로를 소진시키게 된다. 그렇게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다 보면 결국 지쳐 글쓰기를 멈추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마침 책이 있어, 지난해 집필한 『오늘부터 실패하지 않게 일하는 법』의 한 부분을 펼쳐 보이며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결국 마지막에는 시간이 부족해져 대충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우선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그다음에는 속도를 내면서 작업하며, 마지막에 퀄리티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세요.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고, 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 잔소리처럼 들릴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그녀는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공감해 주었다. 대화를 마치며 그녀가 “많이 위로가 됐어요. 이제 좀 더 가볍게 생각해 보려고요.”라고 말해 주었을 때, 나 역시 작은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