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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생각 한다>란 주제를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네 번째 인터뷰는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강학중 소장님을 찾았다.

부모가 되는것은 자식에게 끊임없이 해주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 할 수 있게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강학중 소장의 이야길 들어보자.

"방법 중에 하나가, 딸아이가 28살인데 10살을 무조건 더 합니다. 그럼 38살이죠. 아들은 25살인데, 10살을 더 해 35살이죠. 나이가 38살 되고, 35살 된다면 간섭을 덜 하게 되잖아요. (필자 보고도)만약 딸이 10살이라고 생각지 말고, 20살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보다 덜 간섭하고 존중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 인터뷰중에서...."

강학중 소장의 <아버지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가정경영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저희 연구소가 하는 것은 가족 문제를 예방하는 일입니다. 무엇으로 예방하냐 - 교육과 상담이며, 요즘에는 코칭까지 합니다. 교육과 상담과 코칭을 통해서 가족 문제를 미리 예방하며, 치료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결혼하기 전에 결혼 생활을 어떻게 준비해야 될 건가? 대부분 결혼을 앞둔 사람이 결혼식 준비만 하게 되는데, 결혼식 준비만 해도 정신이 없지요. 그러나 이건 결혼식 준비 일 뿐이지요, 결혼 생활 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이걸 사전에 교육을 받으면, 많은 일들을 예방할 수 있죠.

 좀 더 나아가면, 신혼기 때 적응을 어떻게 할 건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부부간의 대화는 어떻게 나눌 건지,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 해결할 건지, 은퇴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노년기는 어떻게 적응 할 건지, 더 나가면 죽음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그런 내용을 교육 하는 겁니다.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말이죠.

 그리고 상담인데, 문제 영역에 따라 정신과적인 치료나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이 있고요, 그런 경우는 치료를 하지는 못하고 정신과 치료 쪽으로 보내드립니다. 저희는 일상적으로 봐서 별 문제없어 보이고, 다 누구나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을 법한 것, 그때 잘 다지면 괜찮은 것, 앞으로 대충 어떤 문제가 닥칠지 예상할 수 있는 것 - 좀 더 어려운 말로 하면, '가족생활주기'라고 하는데, 결혼하고 애가 있기 전에 신혼, 아이를 처음 낳고, 또 둘째를 낳고, 그아이가 다시 결혼 하고, 아이를 낳고 둘째까지 또 낳고, 그때 주기에 따라서 대충 생길 수 있는 문제 종류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똑 같은 것은 아니지만, 결혼 후부터 생길 수 있는 것을 교육을 통해 예방 할 수 있는 겁니다. 대략 아이의 나이에 따라 주기를 구분할 수 있어요.




Q. 하던 일(前 대교 사장)을 그만두고 가정경영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정리를 해 보면, 첫 번째는 일과 가정을 병행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사업을 하다보면 어느 직책에  올라 가고나면 절대적인 업무량 때문에 일하고 가정하고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위치나 직책들이 있어요. 방송일, 경찰공무원, 광고 대행사 등 또는 회사에 임원이거나 CEO 정도가 되면 쉽지 않거든요.
 두 번째 이유는? 내 건강만 허락하면, 나이 70,80 까지도 계속 할 수 있는 일, 계속 연륜을 쌓을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죠.
 세 번째 이유는?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고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데, 그런 것에 적합한 게 뭘까 고민하다 가족을 발견한 겁니다.
 아버님이 어렸을 때부터 형제간 우애, 가족의 화목을 항상 강조하셨기에 그런 것이 다 작용해서 중년기 때 사는 방법을 바꾼 거죠.




Q. 그동안 가족에게 부족했던 30~40대 가장이 제 역할 하는 아버지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찾고자 하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조언을 하신다면?

 자기 자신에게 계속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 계기를 바깥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서 만들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에게 자문을 하시길. ‘내가 왜 이리 바쁜가, 뭐 때문에 바쁜가, 뭘 하고 있어, 이 시간에 왜 술 마시고 있어, 궁극적으로 뭘 하는 거지’ 등을 자꾸 물어보면, 자기 나름대로 답이 나올 거예요. 성공에 관한 출세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그게 가족일 수도 있고, 가족간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고, 본인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가치하고 뭔가 안 맞는다면 균형을 잡아야겠죠.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산다는 겁니다. 40대 초반의 직장인이라면 무한경쟁 속에서 버터기도 힘들고, 지나치게 일 중심, 지나치게 돈 중심, 지나치게 술 중심, 지나치게 친구 중심, 지나치게 취미 중심, 어느 정도가 지나치고 아닌 것인지 객관적인 잣대를 놓고 볼 수는 없지만, 아버지 입장으로 보면, 좀 더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우선순위를 좀 더 조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10살 전후면, 엄마 아빠하고 함께 하기를 원하는 시기예요. 그 시기를 좀 넘겨 버리면, 같이 하자고 해도 아이들이 같이 안 해요. 엄마 아빠하고 함께 했던 양질의 시간, 즐거웠던 시간, 웃음이 참 많았던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양분이거든요. 그런 시간을 먹고 자라는 거고, 이걸 다른 말로 ‘가족자원’ 이라고 하며, 평생 재산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들은 양적으로 늘려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녁을 같이 하는 횟수를 늘려가거나, 아무리 늦어도 귀가 시간을 12시까지 하겠다든지, 한 달에 한번 영화를 본다든지 하는 규칙들을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서 운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것을 가족목표라고 하는데, 가족의 화목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측정이 가능하도록 짜야만 합니다.




Q. 지금의 가족 관계를 좀 더 개선해 보려는 분들에게 조언 좀?

 상담을 해보면, 개선해 보려는 가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근데, 자기 딴에는 잘 한다고 하는 일들이 아내는 전혀 반가와 하지 않고, 아이들한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효과적인 방법, 지혜로운 방법을 이젠 공부를 하실 필요가 있어요. 공부라는 것이 다시 학교를 가서 두꺼운 전공서적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에게 물어볼 수도 있어요. ‘내가 뭔가 달라지고, 아이들에게 잘하고 싶은데, 당신 한테도 잘하고 싶은데, 뭘 원해?’ 이런 직접적인 대화도 좋고, 아니면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두고 있는 동료들이나 친구들한테 ‘어떤 방법이 있었어?’라고 질문 할 수도 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보거나, 신문, 블로그 속에서 적합한 내용이 소개 되어 있으니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개선 방법은 모든 아버지에게 다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자료를 잘 읽어보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 우리 아이들과 관계에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좀 더 창의적으로 머리를 쓰셔야 할 겁니다.
 
Q. 가족들과 가장 행복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가족들과 다 함께 밥을 먹을 때 참 좋아요. 이런 말을 하면 딸아이는 정색을 해요. ‘아빠, 다른 사람이 들으면 우리 식구는 같이 밥 먹는 시간이 너무 없는 줄 알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그런 것은 아닌지 알거든요.
 함께 있을 때, 아침에 출근할 때, 웃으면서 출근할 때, 이렇게 웃으면서 출근하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지요. 저는 이처럼 아주 작은 거에 행복해 하고 있어요. 이런 저를 보고 집사람은 전생에 거지 아니었나 뭐 그리 작은 거에 행복하고 고마워하냐고 말하곤 해요.

 상담을 해보면, 최고의 행복은 ‘별일이 없는 것’이 행복한 겁니다. 우리는 별일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대단히 큰 별일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 좋게 일어나서 막 회사를 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 가는 줄 알고, 애들은 학교 가는 줄 알고, 오늘 만났던 가족이나 형제들, 명절 때 또 만날 수 있고, 그런 것이 행복이라고 봅니다.




Q. 아들에게 이런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좋은 부모)

 아버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한테는 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남아서 이 놈들이 나한테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내가 스탠바이 하고 있다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첫 번째 소망입니다. 전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으니까요. 정말~ 좋을 때 아버님이 안 계시다는 것,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갔을 때 불현듯 아버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버님 막내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오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그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짠해지더군요.(아버님이 강 소장 고 2때 돌아가심 - 필자 주)
 아버님이 제일 생각날 때가 ‘좋을 때’ 입니다. 막내아들이 결혼 해 가지고 막내며느리 보는 것, 막내며느리가 밥 맛있게 올려드리는 것, 그 때 얼마나 좋아하실까 어머님도 똑 같데요, 좋을 때 아버님 생각이 난다고 하더군요.
 첫 번째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남아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버지이고, 두 번째는 늘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는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존경받는 아버지는 아니어도,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자녀를 키우면서 진짜 아버지가 된다고 하는데, 본인이 아버지가 된 후 아버지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중학교 다닐 때 가정형편이 어려웠는데, 아버님은 초등학교 밖에 못 나오셨으니까? 그때 4남매를 키워야 했고, 중학교 때부터 서서히 폐암인지 모르고 고생을 하셨고, 경남 진주에서 자식 공부 때문에 서울 올라오셔서 고생하셨으니 정말 쉽지 않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참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아버님은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데는 탁월하셨습니다. 절대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다루지 않았어요. 만약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도, 매를 가져오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 후 매를 드셨어요. 절대 감정으로 자식을 때리지 않으셨어요. 그런 면에서는 고맙게도 제가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다고 하거든요. 또 한 가지 기억은 폐암 때 고통이 심하답니다. 근데, 누우셔가지고 고통이 심할 때 고통을 이기고자 장롱 손잡이를 '딸가닥 딸가닥' 그러셨어요. 아버님 임종을 지킨 자식인데.... 아프다고 내색하거나 자기 몸이 귀찮으니까 수발드는 마누라 참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버님은 그런 면에서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참을성이 대단하셨어요.


Q. 자녀를 키우면서 아버지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리고 가장 기뻤던 적은?

 딸은 그리 힘든 적이 없어요. 아들이 고등학생 때 조금 쉽지 않았어요. 쉽지 않았을 때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끊임없이 도를 닦는 거구나 싶더군요. 인내심을 실험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부모는 자꾸 걱정이 되죠. 계속 이렇게 가면 이놈이 대충 어떻게 갈 건가 걱정이 되니까, 또 우리는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가 잔소리로 이어지고, 간섭이 되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은 우리가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거예요. 자식을 위한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데, 끊임없는 부모의 자기 욕심, 걱정, 불안을 자식한테 계속 이야기 하니까 부모가 원하는 쪽으로 안가고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밖에 나가서는 경청하고 대화에 대해서 교육을 해도 아들하고는 대화가 잘 되지 않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들이나 딸아이나 자기에게도 의견이 있고, 주장이 있다보니까 어떨 때는 흥분하고 높아질 수 있잖아요. 그게 자기 의사표현인데, 그런 해석을 '이 놈 봐라 버릇없이' 그럼 대화가 아니죠. 자기주장을  펴는 방법이 미숙했을 뿐이지, 내가 왜 아들하고 대화가 잘 안되었었난 하면, 내 딴에는 뭔가 심어 줄려고 하는 것들, 자꾸 내 방식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 시기 때 어려워졌었는데, 끊임없이 자녀교육에 대해서 강의 하니까 그리고 집사람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니까 달라졌죠.
 방법 중에 하나가, 딸아이가 28살인데 10살을 무조건 더 합니다. 그럼 38살이죠. 아들은 25살인데, 10살을 더 해 35살이죠. 나이가 38살 되고, 35살 된다면 간섭을 덜 하게 되잖아요. (필자 보고도)만약 딸이 10살이라고 생각지 말고, 20살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보다 덜 간섭하고 존중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아직 10살이니까 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부모들이 자식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봐요. 진심으로 존중한다고 말을 하지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우리 부모들에게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때론 이런 아낌이 정작 자식 존중을 안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떤 부분은 부모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나이 또래의 자식들은 깨칠 수 없는 세상 이치가 있어요. 그런 것은 직접 당해봐야 아는 거지, 부모 마음은 그런 시행착오 없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삼킬 수 있는 것을 이제는 배운 것 같아요. 세상의 이치는 그 나이가 되어보고, 겪어보고, 아버지가 되어봐야 아는 거지, 이야기 해줘도 감이 오지 않으면, 결국 관계만 더 나빠져요. 잘못 알아들으면, 대단히 무책임하고, 방임처럼 들리지만, 제발 좀 내버려두세요. 믿음과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스럽고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문제가 있을 때, 요청할 때, 도와줄 수 있도록 스탠바이 하는 것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Q. '내가 아버지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요?

 맨 처음 아버지가 된 것은 첫 딸아이를 바로 낳았을 때, 다음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 죽을병이 걸렸어요. 병원에서 뭐가 감염이 되어서 완전히 애를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당시 운전하면서 울었던 적 있는데, 그런 것이 아버지가 되었구나하는 실감이 든 경우죠.
 대교를 그만두고 두 아이를 영국의 학교기숙사에 떼어두고 들어오는데, 두 아이를 안아주면서 눈물이 글썽거리더군요. 그때 아버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받았고, 어떻게 해 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계속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녀석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물리적으로 잘 안 되지만, 10살을 더했다고 생각하니까 좀 쉽더군요. 우리가 너무 자식을 꽉 쥐고 있어요. 고등학교까지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며 이번에는 한번에 다 놓아버려요. 술한테 맡겨버리고, 선배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거든요. 서서히 10살이어도 놔주어야 하는 것이 있듯이, 계속해서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부간의 가치관이 다르듯이, 결혼 할쯤에 완전히 떠나보낼 것인지, 대학 졸업할 때쯤에 완전히 떠나보낼 것인지 각자가 다르겠지만, 제대로 떠나보내는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할 겁니다. 잘 떠나보내면 자식을 잘 키운 거라 생각합니다. 자식도 부모를 잘 떠나면 잘 큰 겁니다.


Q.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분이셨나요?

 고향이 진주인데, 진주에서 식당일을 하셨어요. 서울 올라 오셔서는 여관을 하셨구요. 아버님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유능한 분은 아니셨어요. 발을 동동 구르고 서울로 올라오자는 것도 어머님이 주장하셨죠. 아버지는 진주만 해도 공부시키는 데 뭐 서울 가야만 공부 시키느냐고 하셨죠. 부모가 국민학교밖에 못나왔는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식공부 시켜야 하겠다고 어머님이 주장하셨고, 아버님은 동의하셔서 올라왔지만 경제적으로 유능하신 분은 아니셨어요.
 근데, 늘 감정조절이 대단한 분이셨고, 조상모시는 것과 효도는 끔찍하게 챙기셨어요. 할아버지 산소공사를 혼자 다 하셨거든요. 그리고 노래는 잘 못하셨어요, 음치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Q. 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떤 것인지? 원망or보고픔

 아버님에 대한 원망은 거의 없어요.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에게 대들거나 반항한 적이 거의 없어요. 형님들한테도, 선생님한테도 성장과정은 그랬어요.
아버님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가 6살 때인가, 아침에 눈을 딱 뜨면 아버님 수염을 만지면서 구구단을 외웠던 기억이 나요. 추석 때쯤 할아버지 성묘하러가면서 버스타고 갔는데, 버스 기다리다가 구멍가게에서 박하사탕 사주셨던 거 기억이 납니다.
 좋을 때 많이 생각나고요. 제가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어머님이 늘 술을 많이 담가 놓으셨어요. 포도주, 딸기주 그런 거요. 이제는 내가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아버님을 모시고 나가서 약주를 대접해 드릴 수 있을 텐데 그때 생각이 참 많이 나요. 그리고 결혼 할 때하고, 막내며느리 보면 얼마나 기뻤을까, 막내아들(본인) 놈 고등학교 졸업할 때 보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학교 2~3학년 때인가 일기책에도 쓴 기억이 있는데, 어머님하고, 아버님하고 크게 싸우신 적이 있어요. 그러시고 어머님은 이모님 집으로 간다고 가셨어요. 아버님이 혼자 앉아 계시는데 너무 안돼 보이셔서 어린 마음에, 불쌍하다는 말을 아버님께 쓰면 안 되지만, 무지 불쌍해 보이셨어요. 그래서 옆에 구멍가게에 가서 호빵을 사다가 드렸던 적이 있어요. 나 혼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Q. 아버지와 자식간의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 친구처럼 대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친구처럼 좋죠. 요즘 아이들은 더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요. 기존처럼 막 군림하거나 명령하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죠. 친구처럼은 좋아요. 친구만 되어서는 안 되어요. 아버지와 자식간, 부모와 자식간에는 일정 선이 있어야 해요. 그걸 경계라고 하는데, 경계가 허물어져 버리면 위아래가 없는 콩가루 집안이 되 버려요. 경계란 반드시 있어야 되요. 권위적일 필요는 없어도 되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가진 권위는 있어야 해요. 그런 게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동맹이라고 해요. 남편이 너무 속 썩이고 그러니까 엄마하고 자식하고 동맹을 맺어요. 동맹을 맺어서 아버지를 공격하는데 이건 아주 나쁜 가족이거든요. 친구처럼 다정하고, 마음 터놓고, 허심탄회하게도 좋지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친구가 되어줄 필요는 없어요. 되어서도 안 되고요.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어야죠. 지나치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가 지켜야 할 도리를 허물거나 위아래가 없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Q. 부권이 많이 무너진 시대라고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요.

 아버지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런 책임은 아버지에게 있죠. 사람도 보면 어떤 사람에게는 어렵고, 어떤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고 하는데, 부권상실도 아버지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 하지 말고 왜 내가 그럴 수밖에 없는가를 돌아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 하셔야 하죠. 물론 그렇게 된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는 있겠죠. 전반적인 사회적 흐름에서 아버지가 일 중심으로 살수 밖에 없는 사정, 이렇게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고요. 일 중심으로 밖에 살 수 없는 기업문화, 음주문화가 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든지, 손 하나 까닥 안하는 것도, 그 딴일 하는 것을 남자답지 않다 배웠고, 그런 거 도와주는 부모를 못보고 자랐잖아요. 그런 남자를 좋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웃기는 놈들, 쪼다 같은 놈, 아휴~ 남자망신 시키는 놈,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잖아요.
 모든 사회적인 문제, 구조적인 문제를 보면 어른들의 문제라고 보는데, 더러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있죠. 지나치게 이기적인 것, 받을 줄만 알았지, 부모님한테 감사할 줄 모르는 것, 이런 것은 부차적인 이유고 설명이겠지만, 당연히 아버지가 스스로 반성하고, 남자들의 잘못이라고 봅니다.

 예전엔 돈만 벌어주고 모든 것을 여자들에게 맡겼는데, 아이가 커지게 되면 여자 혼자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들은 더 그렇구요. 둘이 힘을 모아가지고 열심히 키워도 쉽지 않은데, 그거는 직장인으로서 돈을 버는 역할로만 하지 말고, 아버지 역할도 챙겨야 되고, 남편의 역할도, 사회적인 역할도, 형제로서의 역할 등에서도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우리가 대부분 아버지의 역할은 많이 놓아 버렸죠. 돈만 벌어다 주면, 잘 되는지 알았고, 그게 전부인 것으로 알았고, 그게 되어야 아버지 역할이 되는 거라 생각하는데,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진짜 아이들이 원하는 게 뭔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 할 겁니다.




Q.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렵다. 여자도 힘들겠지만 남자들, 특히 아버지는 더욱 심리적으로 힘들 것이다. 아버지들에게 격려가 되는 이야기를 한 가지만 해 달라.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분들이 겪는 모든 고통의 깊이를 다 알지 못하겠지만, 워낙 돈이 중요한 시대고, 돈의 힘에 많이 물들여져 있는 시대라 참 쉽지 않을 겁니다. 사시는 편에서 좀 후퇴해 잘 되짚어 보면, 나가서 여유 있게 2~3만 원 짜리 한 끼 먹을 수도 있지만, 4~5천 원짜리 먹을 수도 있거든요. 사실은 좋은 차 있어도 좋지만, 소형차 타고 다닐 수도 있잖아요. 정말 없으면 버스나 전철 타고 다닐 수도 있잖아요.
 구태의연하게 '가족이 희망이다' 그런 말 전 잘 안합니다. 진짜 가족이 희망이려면 지금 별 문제가 없을 때, 잘 가꿔놓고 다독거려놔야  힘이 들 때 가족이 희망이 되는 거지. 잘 안 해놓고, 잘 배려 안하고, 그리고 힘들었을 때, '가족이 희망이다'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죠. 그럴 때는 오히려 가족이 원수가 될 수도 있어요. 가족이 보금자리가 아니라 지옥인 거죠. 가족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잘 새겨듣지 않으면 잘못된 허구죠.
 많이 힘들고,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실직하게 되어 힘드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사이 큰 문제없고, 아이들 별 탈 없이 커준다면, 이게 바로 힘이 되는 겁니다.
 언젠가 끝나는 겁니다. 이게 10년 20년 가겠어요. 때가 되면 지나가는 거고, 언젠가 지나가는 겁니다. 오히려 실직하고 시간이 있을 때, 잘나가고 너무 바빴을 때는 시간이 있었으면 뭘 해야지 하던 거 할 수 있잖아요. 지금 이 시간이 엄청난 가족 자원이예요. 호흡을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쪼들리는 것, 넉넉할 때 비해 상대적으로 돈만 생각하지 말고, 그때 가질 수 없는 무지무지한 시간이라는 재산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잘 쓰셔야 합니다. 그러면 다시 원하시는 경제적인 여유도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인터뷰 참여 해주신 강학중소장님 감사합니다.

강학중 소장 -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경희대 가족학 박사/ 대교 사장/ 2000년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현)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http://home21.co.kr



이번 인터뷰는 이번 12월 부터 김용전작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버지 " <아버지를 생각 한다> 인터뷰 시작하며"  주관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다.
두번째 진행으로 개그맨 이홍렬님과 함께 했으며, 계속해서 인터뷰는 진행 될 예정이다.
만약 인터뷰에 참여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왼쪽부터, 김용전작가, 강학중소장, 혜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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